[쉼표컬럼] 부정적이지 않은 물음, 'How'

왜(WHY)?

사람들은 언제나 궁금한 것을 만나면 제일 먼저 “왜(WHY)?” 라고 되묻습니다.

이 질문은 사실 순수학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문의 발전을 이끌어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뉴턴이 처음으로 만유인력을 발견할 때처럼 하나의 현상을 “왜(WHY)?” 라는 질문으로 연결하는 것은 탐구하는 마음으로서 가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도 이와 마찬가지로 “왜(WHY)?” 로 가득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어렸을때 엄마가 하는 말에 무조건 “왜(WHY)?” 를 외치던 미운 4살 때부터 우리의 머릿속은 새로운 것에 항상 “왜(WHY)?”로 반응해 왔습니다.


여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a, b, c 가 양의 정수일 때,


  n     n      n







a+b =c을 만족하는 n이 2보다 큰 정수는 없다.

“왜(WHY)?”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입니다. 

이 정리를 증명하는 데에는 무려 358년이 걸립니다. 이 증명을 완성케 한 것이 비단 한 사람만의 천재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이 증명을 완성한 앤드류 와일즈가 10대에 도서관에서 마주친 이 문제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왜(WHY)?” 였을 것입니다.


이 “왜(WHY)?” 를 시작으로 그 결과를 찾는 힘든 여정이 시작됩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작은 발견에도 질문하며 그 꼬리를 계속 물고 늘어집니다.
결국 앤드류 와일즈는 몇몇 논문으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1995년 5월 이 증명을 완성합니다.


여러분도 이 문제를 보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왜(WHY)?” 인가요?

사실 “왜(WHY)?” 라는 외단어 질문들은 그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다른 단어에 비해 이 단어 자체가 가지는 강압성, 힘이 상당히 많지요. 물론 부드럽게 말해도 이 본질은 그다지 변하지 않습니다.

한 아이가 거실에서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꽃병을 깨뜨렸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제일 먼저 “왜 그랬니?” 라고 말할 겁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말에는 약간의 원망과 책망이 섞여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제일 처음으로 들은 아이는 어찌되었든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엄마가 화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단어와 말투를 통해 전해지는 상대방의 감정이 그리 온화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여기 “어떻게(HOW)” 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와 엄마의 상황에서 엄마가 건네는 첫 단어를 바꿔봅시다.

“어떻게 그랬니?”
비록 앞서의 경우와 비슷한 감정이 전달되었을지언정 
아이는 그 질문의 대답을 생각하려고 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같은 상황에서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왜(WHY)?” 라는 질문과 “어떻게(HOW)?” 라는 질문에 지금 자신이 답을 찾고 있는지, 혹은 과정을 찾고 있는지를 말이지요.

어떻게(HOW)?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을 굉장히 잘 못합니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죠.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살아오면서 이 질문을 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매우 적습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어떻게(HOW)?” 라는 질문은 그 답보다 과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단어 자체가 가지는 온화성, 친화성도 매우 높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꽃병을 깨뜨렸니?”
대부분의 아이는 “장난치다가 잘못해서 손으로 쳤나봐요” 혹은 자신이 꽃병을 어떻게 건드려서 깨어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비록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필자도 아직은 이 상황을 직접 마주친 경우는 없으니 다른 예를 들어보도록 하죠.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장과 팀원이 있습니다.

팀원이 어떤 중요한 기능을 구현했는데, 팀장의 마음에 안듭니다. 마음에 안든다기보다 결과물에 중요한 잠재적 버그가 있다고 합시다. 마음에 안든다는 것은 너무 인간적인 측면이 강하니까요.  
팀장이 팀원에게 “왜 이렇게 만들었나요?” 라고 첫 마디를 건넵니다. 
여러분이 만약 이 팀원이었다면 제일 먼저 어떤 감정이 생기나요? 바로 반발심입니다.

팀원은 이제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부터 생각하려고 합니다. 반발심의 부작용입니다. 그 과정을 다시 되돌아 보고 자신이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던 잠재적인 버그보다, 그런 결과물에 대해 마음에 안들어하는 팀장의 기분에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잘못하면 이 과정에서 서로간에 불화로 이어질 수도 있고, 결국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은 점점 뒤로 미루어 집니다.


질문을 바꾸어 봅시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나요?”

이제 여러분은 처음 자신이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아이디어부터 결과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다시 떠올립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더 초점을 두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중대한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습니다.
이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팀장과 차후 대책을 논의하는데에 부담없이 임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아버지는 필자에게 한 번도 “왜(WHY)?” 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십니다.
그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힘이 상대와의 감정적인 어울림을 해친다고 믿으시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어디까지나 감정적인 동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며, 대화는 상대의 논리와 감정을 모두 받아들인 후에 완성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왜(WHY)?” 는 대부분의 경우 답을 원합니다.
“어떻게(HOW)?” 는 대부분의 경우 과정을 원합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답을 미리 알고 싶으신 것인가요? 
아니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 몸을 싣고 싶으신가요?

마음에 안드는 상대와 이야기 할 때 “왜(WHY)?” 가 먼저 떠오른다면, 
가끔은 “어떻게(HOW)?” 로 바꿔보세요. 
정말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post by
전윤병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