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컬럼: 데브구루 탄생이야기
2000년대 초반에 “말죽거리잔혹사”라는 영화가 있었다. 권상우가 멋진 몸매를 뽐냈던 영화였는데 보는 내내 뭔가 동화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는 영화였다. 너무 재미있게 보고 여동생에게도 이야기를 해줬는데 어라??? 여동생의 반응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허무맹랑한 영화라는 거다. 물론 “말죽거리잔혹사”에는 영화적인 요소도 많았지만 나의 80년대 중고등학교 시절은 말죽거리잔혹사가 영화로만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많았었는데 말이다.
반대로 여자들의 경우는 “여고괴담”같은 영화가 그러하다고 했다. 나는 도통 재미없는 뻔하고 뻔한 귀신 이야기인데 여자들은 요소요소에서 학창시절의 모습을 보고 동질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마다 살아온 삶의 형태에 따라서 각각 보고 듣고 느끼는 내용이 많이 다른데 벤처라는 곳은 사람들 마다 어떻게 느낄까 궁금하다.
인터넷공간에 가면 개발자들만이 알고 있는 유머들이 종종 눈에 띈다. 직업들마다 다들 그들만의 특성들이 있겠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 자체가 원래 개발자들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특별히 “개발자들”만을 위한 어떠한 것들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데 혼자 키득대거나 너무 재미있어서 아내에게 열심히 설명했는데 아내는 마지못해서 알아들은 척 해줄 때는 내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듯 해서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격리되어 있는 듯한 상황이 주는 이상한 희열을 좋아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개발자 인 것 같다.
[흔한 개발자 유머] |
가끔 농담 삼아 사람을 “개발자”와 “개발자가 아닌 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군인과 민간인 이야기처럼) 데브구루는 이러한 개발자”들”만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영업적인 마인드도 부족했고 경영에 대한 지식도, 사람(인사)에 대한 정책도, 관리라는 개념도 희박하게 운영되었다.
처음 자리잡았던 반지하의 소호사무실을 벗어나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 할 때 경영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실수 했던 일들이 종종 있어 왔다.
무엇보다 세금에 관해서 무지했던 것 같다. 세무처리도 아무 내용도 모른 체 세무사무실에 맡겨만 놓고 뭔지 모르는 재무재표만 받아서 애지중지 보관하곤 했다. 결국 몇년뒤 누락된 세금계산서 때문에 용역비 전체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는 상황을 겪게 된다.[i] 물론 이때의 경험 때문에 누락되는 문서들이 없게 서로간에 크로스 체크하는 습관과 세금에 관해서 지금도 세세하게 살펴보려고 노력하고 일년에 한두 차례는 기업회계나 세무에 관한 세미나를 참석하고 있다. 세무관련 세미나를 다녀보면 세금계산서 누락 사건은 당시에는 큰 손실이었지만 회사가 더 커지기 전에 예방주사를 잘 맞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창기 회사운영에 있어서는 소기업 사장들이 다 그러하듯이 경리, 수납, 견적, 계약, 개발까지 모든 업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 그러다 보니 많은 업무 때문에 사생활과 업무의 분리도 잘 되지 않아서 놀면서 일하다 밤샘하기 일쑤였고 출퇴근시간 개념도 없었던 것 같다.
영업에 있어서도 용역을 하면서 M/M(Man/Month)개념도 모르고 임의로 개발내용에 대한 가치를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총금액을 정해서 그 액수로 협상하곤 했다. (사족이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비용을 인건비로만 계산하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경험들이 가지는 장점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세무와 회계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현재는 자체적으로 기장을 할 수 있을 만큼 세무와 회계에 관해서 기본개념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되어 있다. 아무래도 개발자 특유의 꼬치꼬치 따지는 습관이 돈 관리와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모든 일들을 열심히 관여하다 보니 전체적인 회사의 모양을 잘 알고 회사가 성장할 때 발맞춰서 경영조직이 함께 성장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싱싱한 에너지가 느껴지시나요??? 2005년 6월 어느 날 사진] |
무엇보다 젊은날의 싱싱한 에너지를 밤낮없이 회사에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축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컴퓨터게임으로 밤을 지새운 날도 많았지만(^^*) 새로운 기술 습득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고민하고 실현해 내려고 했던 노력들을 가장 많이 했던 시기였다고 기억된다.
집에 들어가면 회사에 나오기가 싫어지고 회사에만 오면 틈틈이 놀기도 했지만 몇 날이라도 지루하지 않게 개발하고 자료를 찾고 고민하는 습관이 있었기에 창업초기부터 우리만의 차별된 특징을 ‘기술력’으로 규정하고 매달릴 수 있었다. 또한 창업초기에는 특별히 금전이나 세무, 법률 같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일이 적기에 개발자만으로 이루어진 회사였지만 큰 문제 없이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 갈수 있었다.
그 밖에 교육사업을 하겠다고 교육장을 세팅하고 저렴한 컴퓨터 구하러 용산으로 구로동으로 뛰어 다니고 교육교재를 만들기 위해서 고생하던 일들, 드라이버온라인 사이트(www.driveronline.org)를 개설하고 때마다 무료세미나를 진행하던 일들, 모바일 드라이버 시장에 처음 진입하기 위해 개발하던 프로그램의 무수한 오류들로 고민하던 밤들, ‘갑’같은 ‘을’이 되고자 기술적인 것들만큼은 실수 없이 처리하려고 했던 마음들. 이런 일들은 개발자 출신의 경영자가 아니었다면 이뤄내기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했지만 돈만 보고 일하지 말자, 작은 회사지만 기술만큼은 인정받자고 다짐했고 일보다는 사람을 얻어야 한다고 우리들 스스로가 믿고 있었기에 잠원동에서의 추억을 더듬어 보면 오후만 되면 나른하게 컴퓨터를 쳐보다 보고 있던 우리들과 1층 족발집에서 올라오던 고소한 족발 삶는 냄새, 저렴한 가격 때문에 뻔질나게 찾았던 콩나물국밥집 아저씨, 아들들처럼 친하게 대해 주셨던 감자탕집 아주머니, 월세날이면 어김없이 내려오셔서 송사장 하고 부르시며 찾아오시던 사무실 주인할아버지, 강사와 교육생으로 만났던 몇 명 수강생들, 온라인에서 만나서 함께 스터디하고 일을 만들었던 사람들, “갑””을”관계보다는 서로 이해하면서 함께 일했던 고마운 업체 분들, 창업 멤버들과 밤새워 게임하던일 같은 사람들과의 추억이 가장 아련하게 남는다.
[2003년도 회사 입구 - 간단한 미팅과 수강생들의 휴식 공간] |
말죽거리잔혹사의 주인공들 이야기처럼 겪어본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격하고 어렵고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지만 지나고 나니 이때가 현재 회사매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모바일솔루션의 개발 시작과 더불어 기반기술들을 더욱 심도 있게 다듬어 회사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고 개인회사에서 법인으로의 전환 등 기업으로서의 생명을 얻어온 시기였다.
법인의 성장이 아이들의 성장과 상당부분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머리를 가누고, 몸을 뒤집고, 기어가고 이제 겨우 일어나서 조심스레 살살 걸어가는 만2살짜리 어린아이처럼 데브구루도 잠원동에서 하나의 인격으로 조심스레 걸어갈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해 왔던 것 같다.
[i] 만약 매출을 누락한 사업자가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라면 추징되는 세금은 훨씬 더 늘어난다.
왜냐하면 매출이 누락되었을 때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탈루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만 내면 되지만, 법인의 경우에는 부가치세와 법인세가 추징됨은 물론 법인의 대표자에게도 소득세가 추징되기 때문이다.
이 때 매출이 누락된 법인의 대표자에게 소득세를 추징하는 것을 세법에서는 인정상여로 소득처분(상여처분)한다고 하는데, 상여처분이란 누락된 매출에 상당하는 금액을 회사에 입금시키지 않고 대표자가 개인적으로 가져간 보아 대표자로부터 근로소득세의 세목으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법인이 매출을 누락하였을 때 추징되는 세금은 부가가치세 10%, 법인세 27.5%(법인세 최고세율 25%에 법인세의 10%에 상당하는 주민세 포함),소득세 38.5%(소득세 최고세율 35%에 소득세의 10%에 상당하는 주민세 포함)로서 이를 모두 합하면 누락된 매출금액의 76%에 이른다.
여기에 신고ㆍ납부불성실가산세 등 여러 가지 가산세가 추가되면 추징되는 세금의 규모는 매출누락금액의 100%를 넘을 수도 있다. 법인이 매출을 1억원 누락하였다면 추징되는 세금만 1억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http://taxcapital.co.kr/new/sub06.html?mode=VIEW_FORM&num=6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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