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구루 탄생 첫번째 이야기




데브구루의 탄생 이야기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신설되는 컬럼란의 운영에 관해 이야기 하던 중에 분위기가 사장님이 먼저 한편 써야 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아예 CEO컬럼란을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한두 마디 좋아하는 경구를 적는 정도라면 모를까 주기적으로 주제를 가지고 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많이 망설였지만 결국은 부담감과는 별개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보는 사람이 적을 지라도 결국 내가 쓴 글들로 읽는 이들에게 평가 받을 텐데 포장이 아닌 진심을 잘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나의 마음과 생각도 자꾸 흔들리고 변하기에 언제나 일관성 있는 글을 적는 것이 무척 힘들 것 같아 살짝 미루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까지 글 언제 주실 거냐고 압력 아닌 압력을 주는 경영지원 막내 선아씨의 재촉을 못 이겨 뭔가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데브구루의 역사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의 주제를 찾다 보니 문득 그 동안의 회사를 역사를 정리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오래 있었고 최근까지의 거의 모든 일들의 흘러온 역사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적합한 주제라고 생각되어 그 동안의 회사 이야기를 간략하게 컬럼 형태로 적어 보려 합니다.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 동안의 회사의 역사도 정리해 보고 혹시라도 창업을 꿈꾸는 분이 있다면 한번 들어보면 좋을법한 이야기들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데브구루 (DevGuru)는 2002년에 설립되었습니다. 회사 설립 후 위치했던 장소를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태동기 – 잠원동 반지하의 소호사무실
1기 – 잠원동 영화빌딩 2층
2기 – 논현동 모모빌딩 4층
3기 – 가산동 이노플랙스 6층
4기 – 가산동 우림라이온스 밸리 (현재는 이전 예정 중)
이렇게 나누어볼 수 있겠습니다.
기간으로 보면 대략 4년주기로 뭔가 큰 변화를 느낄 정도의 성장을 해 오고 있습니다.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뜨겁던 2002년 6월경에 우여곡절 가운데 회사를 창립하기로 마음먹고 창립멤버들과 모이게 됩니다. 특별히 어떤 회사를 만들자 라는 꿈을 가지기에는 모두의 현실도 어렵고 여유도 없던 차라 다음과 같은 몇 가지만 협의하고 창업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속으로는 디바이스 드라이버 분야의 개발은 잘 하는데 어떻게든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으리란 막연한 자신감이 있기는 했습니다.)

 - 자본금 3천만원으로 시작하고 자본금이 0가 되면 각자의 길을 가자.
 - 그 동안 각자 공부했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공유하자. 그래서 사업을 그만두더라도 공부한 것만은 남기자.
 -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용역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품을 기획해 보자.
 - OSR이나 WindowsInternals.com 같이 기술로 인정받는 소수정예의 회사를 만들자.


우선 창업을 하면서 한일들은 사무실 임대, 사명작명, 사업자등록, 사무집기 준비, 홈페이지 제작, 이메일 생성 정도였습니다.
사무실은 월70만원을 선납하고 사용하는 소호(SoHo, small office and home office)를 위한 작은방에서 시작하였습니다. 2~3인실이라 좁다는 주인 아저씨 말에 우리는 4인이 알아서 사용하겠다고 억지 부려서 입주하였는데 의자등받이에 기대 앉으면 뒷사람과 머리가 닿는 정도의 공간으로 안쪽사람이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모두 일어나서 밖으로 나와주어야 하는 크기였습니다.

사업자등록은 개인사업으로 시작(대표자 송지호)하였고 세무소에 신고하면 당일에 바로 사업자등록증이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무집기는 집에서 사용하던 데스크탑 2대, 삼성 마이젯프린터 1대, 친구집에 있던 데스크탑1대, 중고조립PC1대 구입, 책상, 의자등의 사무집기는 소호사무실에서 제공하는 것을 사용하였고 팩스는 소호사무실에 있는 공용팩스를 이용하였습니다.

회사명은 나름대로의 고민 끝에 Device Driver Development와 Guru을 합성한 DevGuru로 결정하였는데 .com URL은 이미 다른 곳에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는 그리 .com에 목말라하지 않아서 쉽게 .co.kr만 있어도 괜찮겠다는 합의를 하였고 친한 친구에게 창업선물로 홈페이지를 제작해달라고 졸라서 홈페이지는 무상으로 제작하였습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나니 .com 도메인 확보가 가능한 이름으로 회사이름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나기는 합니다.
송지호 창업 데브구루
[데브구루 창업 사무실에서 머리가 희끗해져서도 코딩하는 개발자를 꿈꾸며]
이때 사진은 좁은 바닥에서 가끔 잠잘 때 사용하던 이불을 배경으로 찍은 이 한장의 사진이 저에게는 유일합니다.

사무실은 답답한 쪽방이었지만 옆방을 잠시 빌려서 유료강의도 시작해 보고, 엄청나게 큰돈은 아니지만 최초 용역개발 계약도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지면서 어떻게든 회사를 운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과 사업이라고 하는 작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10명정도의 (이 당시에는 롤 모델로 삼던 sysinternal.com등이 소수의 몇 명으로 이루어진 회사로 알고 있었습니다.) 강소기업을 회사의 목표로 삼고 재미있게 살아보려 노력했던 시기입니다.

너무 서둘러서 창업을 했기 때문일까요?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의 장래를 놓고 이야기도 많이 했으며, 가끔은 의견 차이로 다툼도 있었습니다. 서로의 출퇴근 시간에 관한 작은 불만들, 미래의 사업계획, 회사이전, 특히 교육사업의 사업성을 놓고는 크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부끄…. ) 사업시작 시 목표를 정확히 정했다면 없었을 일이겠지요. 현재도 마찬가지만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일은 너무 중요한 만큼 너무 어려운 일 같습니다.
최초 6개월간은 자본금이 떨어지지 않을까? 언제나 일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어 가야 할까? 이런 생각들이 대부분이었지 않았나 합니다. 이렇게 불안한 상태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막연한 자신감이나 자만감, 그리고 ‘이 분야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상한 우월의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아주 중요한 사건이 우연치 않게 이루어졌습니다. 현재는 사라졌지만 CDMA / GSM단말기로 어느 정도 성공했던 B사와의 단말기 생산용 프로그램을 개발계약을 하게 됩니다. 이 프로그램의 성능이 상당히 좋았고 국내 대기업인 L사에 우리회사가 알려지는 계기가 됩니다.
B사의 생산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 해에 L사의 공장용 프로그램들의 성능개선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게 되었고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현재 회사의 주요수익원인 모바일용 드라이버 시장을 인지하고 준비하게 됩니다.
처음 B사의 개발문의가 왔을 때 우리가 지향했던 분야가 아닌 개발 프로젝트여서 진행여부에 관해서 의견이 분분했었습니다. 그 당시는 오직 드라이버 개발 외에는 다 등한시 하던 때라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을 수 도 있었는데 그랬다면 지금의 회사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의 장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한 것도 대단한 능력이었지만 개발문의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응대한 것이 지금의 회사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 밑거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터무니없는 개발문의가 들어와도 업체 방문에 소홀히 하지 않고 우리회사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는 분야는 아닌지 복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물어 보곤 합니다. “사장이시니까 시간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있어서 좋겠어요”
아마도 직장인들은 근로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개념이 있어서 인 것 같습니다. 창업을 하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근로시간이라는 형식적 시간에서는 조금 자유롭지만 성공을 위해서 투자되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더 많아 지게 되고 결국 더 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창업초기에는 잠시나마 저도 내 사업을 하게 되면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여유로운 생활을 꿈꿔 보기도 했지만 잠원동 지하에서의 생활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 했던 일이 많이 기억나고 나태해지지 않게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과 내 사업이기 때문에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이 공존했던 시기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들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회사 규모도 제법 커지고 인원은 많이 늘어났고, 백발을 휘날리며 코딩하겠다는 꿈은 접었지만 함께 사업할 사람들을 만났고 외형적인 회사의 모습을 만들고 회사의 미래를 위한 아이템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잠원동 소호 사무실은 의미 있는 시작이었습니다.